Cambodia Life/Cambodia Cafe

[프놈펜] 캄보디아에서 만난 감성 가득한 중국풍 카페 – Easy Star Coffee

Kaka In Phnompenh 2025. 2. 8. 16:02

차 한 잔에 스며든 여유,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그리움

낯선 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희한한 순간에 고향 생각이 난다.
길을 가다 익숙한 냄새를 맡거나, 무심코 흘러나온 노래 가사가 마음을 때릴 때.
그리고 오늘처럼,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있을 때.

Easy Star Coffee.
이름만 들으면 그냥 평범한 카페 같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다르다.
이곳은 전통 중국 감성이 묻어 있는, 차와 커피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입구부터 분위기 장착 완료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위를 올려다보니, 붓글씨로 적힌 문구들이 나를 맞이한다.

“少谈多喝咖啡”
“말을 줄이고 커피를 더 마시라.”

음… 누가 나한테 하는 소리인가 싶다.
뭔가 ‘커피는 조용히 즐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한 게 오히려 좋아 보인다.

문 앞에는 또 다른 붓글씨 작품이 걸려 있었다.

“落笔都不对,情字何解”
“붓을 들어도 맞지 않으니, 정情이란 글자를 어찌 풀어야 할까.”

캬, 감성 폭발.
이걸 보니 갑자기 글씨가 써 보고 싶어졌다.
자리 잡고 앉아 직접 손으로 한자를 써 내려가니, 그냥 흘러가던 생각들이 손끝에서 멈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 차? 둘 다 가능

이곳의 매력 포인트는, 차와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
커피 마실 기분이면 커피를, 차 마실 기분이면 차를 마시면 된다.
뭐랄까, 중국 전통 찻집과 현대적인 카페가 한 공간에서 믹스된 느낌이다.

차 메뉴를 보면 지역별로 엄청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 백호은침(白毫银针, White Tea) – 중국 푸딩(Fuding) 지역의 백차
  • 동방미인(东方美人, Oriental Beauty) – 대만의 대표적인 우롱차
  • 운남홍차(云南红茶, Yunnan Black Tea) – 진한 향과 깊은 맛이 특징

나는 라떼를 시켰는데, 컵에 적힌 문구를 보고 피식 웃었다.

“時來運轉”
“운이 올 때가 되었다.”

요즘 운빨이 안 좋아서 그런가, 괜히 이런 거 보면 혹하는 편이다. 오늘 카지노 가나요...
이 커피 한 잔이 나의 운을 바꿔줄지… 글쎄, 일단 마셔보자.


한시 한 편과 함께 하는 사색의 시간

커피를 마시며 한자를 써 내려가다 보니, 문득 오늘 이곳에서 쓴 한시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틑림없다 거꾸로 쓴것 같다... 오른쪽 부터인가 중국은??

春已半,觸目此情無限
봄이 이미 반쯤 지나, 눈앞의 감정은 끝이 없네.

午閒倚遍,愁來天不管
한낮의 한가한 순간, 기대어 보지만 슬픔이 찾아오면 하늘도 돌보지 않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
익숙했던 것들은 멀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공간, 커피 향, 그리고 나만의 사색.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Easy Star Coffee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을 때, 감성 좀 채우고 싶을 때,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 오면 딱 좋은 곳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가끔은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캄보디아에서 차 한 잔,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찾고 싶다면
이곳에서 잠시 머물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