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odia Life/Cambodia Hot Place

혼자서 칵테일을 마신다는 것 – 프놈펜 아크 라운지(ARCH LOUNGE)

Kaka In Phnompenh 2025. 2. 6. 00:39

"일이 잘 안 풀리는 날, 파시오 거리로 향했다"

하루 종일 머리를 굴리고 손발을 움직였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엑셀을 닫고, 마지막 이메일을 보내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퇴근했다.
집에 가서 멍하니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냥 기분이 그래서, 파시오 거리(Patio Street) 로 향했다.

이 길을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오늘은 좀 다르게 느껴졌다.
어쩌면 분위기에 취하러 온 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 그래서.

"아크 라운지, 혼술하기 괜찮은 곳"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아크 라운지(ARCH LOUNGE) 앞에서 멈췄다.
붉은 벽돌 외관, 따뜻한 조명, 적당히 조용한 분위기.
괜찮겠는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는 예상대로 조용했다.
적당히 세련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
테이블도 있었지만, 굳이 바 테이블로 갔다.
혼자 온 김에 바텐더가 말아주는 술을 보는 게 더 낫지 않겠나.

"혼자 마시는 칵테일, 시작은 라임 마가리타"

바텐더에게 추천을 물으니, 라임 마가리타가 나왔다.
라임의 상큼함, 소금이 더해진 테두리, 가볍게 홀짝이기 좋은 첫 잔.

"오늘 기분이 좀 그런 날인가 보네요?"
바텐더가 툭 던진 한 마디.
“그러게요, 오늘따라 술이 더 맛있을 것 같네요.”

"술잔이 늘어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두 번째는 리치 마티니
살짝 단맛이 도는 부드러운 목넘김.


세 번째는 Ex girlfriend 라는 이름의 칵테일
쓴맛과 신맛이 섞여서 오늘 기분이랑 잘 어울린다.

 

네 번째? 블론드 익스플로전
뭐가 폭발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의지는 이미 폭발 직전.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아까부터 바텐더가 “수요일은 2+1 이벤트” 라고 말했는데,
그 말에 넘어가버린 건지, 아니면 이미 그냥 마시고 싶었던 건지.
잔이 비어가는 속도도, 오늘이 지나가는 속도도 빠르다.

"조금 외로웠고, 조금 즐거웠다"

술을 마시면서 문득, 이게 외로움을 달래는 건지 외로움을 즐기는 건지 헷갈렸다.
괜찮다. 어차피 다 마신 후에 결론 낼 일도 아니다.

뭔가 느낌 있어..

술값을 계산하고 바를 나섰다.
파시오 거리의 네온사인은 여전히 번쩍이고,
거리엔 여전히 사람들이 떠들고,
오늘 밤도 이렇게 지나간다.

"혼자 마시는 칵테일은 외롭지만, 나쁘진 않다."